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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식물과 생태계

해외 희귀 식물을 한국에서 보존하는 프로젝트 사례

by savor-life 2025. 4. 6.

1. 서론: 글로벌 보존의 일환으로서의 해외 희귀 식물 국내 보존

지구촌 환경 위기와 생물 다양성 감소는 더 이상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 식물의 경우, 자생지 보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제적 협력과 대체 서식지 조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도 세계 각지의 희귀 식물을 들여와 국내에서 보존하고 증식하는 프로젝트를 다방면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와 토양이 유사한 국내 지역에서 안정적인 보존 환경을 제공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자생지 복원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이들 프로젝트는 국제 생물다양성 보호 협약에 부합하면서도 식물 보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부터 한국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해외 희귀 식물 보존 프로젝트들을 소개하고, 그 성과와 의의를 살펴본다.

2. 국립수목원의 마다가스카르 식물 보존 협력 프로젝트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국립수목원은 2010년대 초반부터 마다가스카르와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희귀 식물 보존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마다가스카르는 전 세계 생물 다양성 핫스팟 중 하나지만, 산림 파괴와 도시화로 인해 많은 식물 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국립수목원은 특히 마다가스카르 토착 식물 중 유전적으로 중요한 종인 '바오밥속(Adansonia spp.)'을 중심으로, 국내 온실에서 인공 증식을 시도했다. 국내 기후와 이들 식물의 생육 조건을 분석하고, 특수 온실을 통해 기온·습도·광량을 조절하면서 생장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외래 식물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마다가스카르 현지 식물학자들과의 지속적인 기술 교류와 현지 재도입까지 염두에 둔 장기적 계획으로 운영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3. 서울대 식물원과 아시아 희귀 약초 공동 연구

서울대학교 식물원은 중국, 네팔, 인도 북부 등 히말라야 산맥 인근 지역의 희귀 약초 자원을 수집하고 한국에서 실내 및 야외 조건으로 보존하는 프로젝트를 다년간 수행해오고 있다. 특히 '팔각풀(Paris polyphylla)', '황련(Coptis chinensis)' 같은 희귀 약초는 불법 남획으로 인해 자생지에서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서울대 식물원은 해당 식물들을 국내 유사 고산 기후 지역에 이식하거나, 실내 재배 시설을 통해 의약용 활성 성분을 손상 없이 유지할 수 있는 보존 조건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약용 자원의 유전자원 확보 및 활용 기반 구축으로 이어지며, 세계 약초 시장의 생물자원 주권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국제 의학 연구 기관들과의 공동 연구 기반을 확대하는 데에도 기여하고 있다.

해외 희귀 식물을 한국에서 보존하는 프로젝트 사례

4. 제주 한라수목원의 열대식물 보호 구역 운영

제주도에 위치한 한라수목원은 제주 특유의 따뜻한 기후를 활용해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서 멸종 위기 처한 희귀 식물들을 보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에콰도르 서식 브로멜리아드(Bromeliaceae)'나 '필리핀 자생 난초 종' 등이 보존 대상이다.

이곳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한 식물의 대체 서식지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해당 식물의 생육 데이터를 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서식지 회복 가능성을 분석한다. 한라수목원의 이 보존 모델은 '기후 유사지 기반 국제 식물 보존 모델'로 소개되며, 동남아시아 보존 기관들과의 연계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난대 지역 식물과 열대 식물의 상호 생태 적응 가능성에 대한 실험도 수행되고 있어, 향후 보존 전략 수립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5. 산림청의 글로벌 시드 뱅크 연계 프로젝트

한국 산림청은 국제기구인 '국제 종자은행 Millennium Seed Bank Partnership (MSBP)'와 연계하여, 해외 희귀 식물의 종자 수집 및 장기 보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 내 종자 보존 시설 중 일부는 희귀 해외 식물의 백업 저장소로 활용되며, 기후 변화나 전쟁, 전염병 등으로 원서식지가 손상될 경우 복원 가능한 유전자원 확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보존 대상 종에는 중앙아시아 사막 지역의 염생 식물, 아프리카 가뭄 내성 식물, 중남미 고산지 식물 등 50여 종 이상이 포함되며, 이들 종자는 저온·저습 조건의 특수 보관고에 장기 저장되고 있다. 또한 일부 종자는 국내에서 시험 발아를 거쳐 생장률, 토양 적응도, 병충해 저항성 등을 분석하는 실험이 병행된다.

이러한 국제 협력 프로젝트는 한국이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핵심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6. 결론: 한국의 식물 보존 기술과 국제 협력의 미래

해외 희귀 식물을 국내에서 보존하는 프로젝트들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을 넘어서,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우수한 온실 재배 기술, 생장 조절 노하우, 종자 보관 역량 등을 바탕으로 점차 국제 식물 보존의 거점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현지 토착민의 권리 보장, 국제 생물자원 협약 준수, 종자의 출처 관리 등 윤리적 고려 사항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앞으로는 한국이 이런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면서도 기후 변화에 강한 보존 식물원을 세계에 모델로 제시할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모여 지구 생태계 복원, 생물다양성 기여의 실마리가 될 것이며, 이는 곧 우리의 삶과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도 하다.